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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호일보 기사] 국제구호개발 NGO단체 ‘팀앤팀’의 아프리카 케냐 동행기
10-08-29

 

국제구호개발 NGO단체 ‘팀앤팀’의 아프리카 케냐 동행기
아프리카를 적신 NGO단체의 열정과 사랑
 
2010년 08월 29일 (일) 16:26:29 양수녀 기자 circus22@kihoilbo.co.kr
 

 

 국제구호개발 NGO단체 팀앤팀(www.teamandteam.org) 인천지회(회장 한광덕)가 인천시민의 후원으로 마련한 아프리카 케냐에서 생명의 우물파기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돌아왔다. 기호일보를 비롯한 지역언론의 후원으로 헌신적인 땀과 눈물로 아프리카를 적신 이들의 구호활동 현장을 소개한다. <편집자 주>

 

# 현지에서 확인한 숭고한 희생자들

   
 

인천공항을 출발한 지 18시간 만에 도착한 낯선 땅 아프리카 케냐. 생명의 우물을 파기 위한 17일간의 여정이다.
지난 9일 오전 6시. 일행 30명이 낡은 도요타 랜드크루저와 버스에 몸을 실었다. ‘덜컹덜컹’ 내부로 전해지는 미동은 ‘철렁철렁’ 가슴속 부담으로 다가왔다. ‘목숨을 담보로 물을 마시는 사람이 과연 존재할까?’. 상상도 못한 질문에 답하기 위해 떠나는 여정의 무게는 무겁기만 했다.

일행은 케냐의 수도 나이로비를 벗어나 홀라 지역의 ‘부부부’ 마을로 떠났다. 국제 NGO단체인 팀앤팀이 지난 1월 설치한 우물이 이들의 삶에 어떤 변화를 줬는지 보기 위해서다.
부부부 마을은 나이로비에서 500㎞ 정도 떨어진 곳이다. 나이로비 시내를 벗어나자 아프리카 초원이 펼쳐졌다. 창 밖은 온통 노란 물결이다.
당나귀 어깨 위에도, 꼬마 아이의 머리 위에도 어김없이 노란색 물통이 짊어져 있다. 케냐 어느 지역에서도 이 노란 물결은 낯선 풍경이 아니다. 그렇게 6시간여를 달렸을까? 갑자기 움푹 패인 도로가 눈앞에 나타났다. 도로는 2~3m 간격으로 패어 있었다. 이런 ‘누더기 도로’를 힘겹게 달리던 차량이 갑자기 멈췄다.
“잠시 기도를 하겠습니다.” 팀앤팀 김승환 본부장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고개를 숙인 그는 이곳에서 3명의 봉사단원이 목숨을 잃었다고 했다.
   
 
지난 2008년 5월, 케냐 가리사 지역의 한 부족 마을에 우물을 파주기 위해 달리던 차가 뒤집어지면서 일어난 사고였단다.
김승환 본부장은 이들을 위해서라도 이 고귀한 일을 멈춰서는 안 된다고 했다. 일행은 사고로 숨진 현지 수자원팀장 헨리 라판도(32)와 행정 일을 책임진 한국인 송혜진(25·여)씨, 그리고 단기봉사를 왔던 김지수(19)군의 숭고한 정신을 가슴에 묻고 다시 험난한 길을 떠났다.

 

# 목마른 땅 아프리카…진동하는 악취
부부부 마을로 이동하는 길에 저수지를 만났다. 일행은 이곳에서 현지인들의 생활을 둘러보기로 했다. 차에서 내려 저수지 쪽으로 향하자 갑자기 돌이 날아들었다. 물을 지키기 위한 경계심의 표시였다.
일행은 부족의 족장을 설득하고 나서야 이곳에 발을 들일 수 있었다. 이곳의 상황은 처참했다. 보기에도 탁한 물을 마시기 위해 낙타와 소, 양들과 사람이 서로 뒤엉켜 있었다.
말 그대로 공동의 식수처다. 팀앤팀 김경숙 팀장은 냄새나는 탁한 물을 둘러싸고도 분쟁이 발생한다고 했다. 실제로 몇 년 전 이른바 ‘물 전쟁’으로 수백 명의 사람이 목숨을 잃었다고도 했다. 그들은 죽을지도 모르는 물을 얻기 위해 목숨을 담보한 채 그렇게 살아내고 있었다.
부부부 마을에 도착했다. 출발한 지 18시간 만이다. 험한 길을 이기지 못하고 버스 타이어가 펑크났고 칠흑 같은 어둠에서 길을 잃었다. 자정을 넘겨 힘겹게 마을 입구에 도착하니 수백 명의 낯선 얼굴이 노래를 부르며 뜨겁게 반긴다.

# 부부부 마을을 적신 생명의 우물
“투날리아에. 우와~우와 꼬레아.”(우리는 외친다 한국을) 웃는 얼굴로 슬픔에 찬 울음을 가린 한 아버지가

   
 
일행 앞에 섰다. 그는 얼마 전 사랑하는 막내아들을 눈앞에서 잃었다. 아들은 물을 기르다 악어에게 희생됐다고 했다.
하지만 이 마을에서는 더 이상 이런 비극을 겪지 않아도 된다. 팀앤팀에서 지난 1월 이곳에 우물을 파줬기 때문이다.
자정이 넘은 시간. 부부부 마을 수백 명의 주민들도 6시간 전부터 일행을 기다렸다. 일종의 감사의 표시다.
족장 바란 싱고(45)씨는 일행들을 일일이 안아주며 반갑게 맞이했다. 이곳은 그 동안 수많은 단체들이 우물을 파기 위해 시도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하지만 팀앤팀이 3주 동안 공을 들여 우물 파기에 성공했다. 7개월이 지난 이곳엔 웃음이 끊이지 않는다. 우물을 통해 각종 질병에 노출되지 않아도 됐고, 악어와 그리고 다른 부족과 싸워 가며 썩은 물을 떠오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부부부 마을에서 우물을 사용하고 있는 사람들은 3천 명 가량이다. 우물이 설치되기 전에는 ‘타나강’에서 물을 길어 왔다. 이곳 역시 심각한 수준으로 오염된 상태였다. 그렇다보니 수인성 질병에 많이 노출됐고 목숨을 잃는 사람들도 부지기수였다. 하지만 지금은 설사와 콜레라, 장티푸스 같은 질병이 사라졌다. 또 물 뜨러 가느라 학교에 다니지 못한 아이들은 정상적인 교육을 받게 됐다.
부부부 마을의 한 주민은 “아이들이 물을 뜨러 다니느라 공부를 못했지만 살아갈 수 있는 물 문제가 해결되면서 아이들에게 공부를 시킬 수 있어 행복하다”고 말했다.

부부부 마을에서 나이로비로 돌아온 일행에게 반가운 소식이 전해졌다. 일정상 발길을 돌려야 했던 말린디 야은궤나(Malindi Yangwena) 지역에 마침내 인천시민이 모은 성금으로 우물 한 공을 파는 데 성공한 것이다. 이렇다 할 소식이 없어 아쉬워하던 일행에게 전해진 최고의 선물이었다.

 

 

   
 
# 끊이지 않는 난민촌의 ‘물 전쟁’
기쁜 소식을 안고 15인승 경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케냐 카쿠마 난민촌으로 향하기 위해서다. 이곳은 전 세계에서 가장 오래되고 큰 규모의 난민촌이다. 지난 1992년부터 소말리아와 수단, 우간다 등지의 난민들이 모여들었다. 13개국 총 7만4천 명의 난민이 이곳에서 생활하고 있다.
카쿠마에 도착한 일행은 유엔난민기구(UNHCR)에서 지원해 준 버스를 타고 난민촌으로 향했다.
이곳은 유엔의 사전 허가가 있어야 출입할 수 있는 지역이다. 물 분쟁으로 치안 유지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우범지역인 탓이다.
“난민들이 적개심이 강해 얼마 전에도 물 때문에 칼부림이 있었습니다.” 유엔 수자원 담당 도미니크 씨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그는 유엔에서 지원하고 있는 이 지역에서조차 물 분쟁은 여전히 존재한다고 했다. 이들의 분쟁을 막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는 ‘물’이다. 난민촌에는 유엔난민기구가 운영하는 13개의 우물 펌프가 있다. 우물은 나라별로 나눠져 있다. 도미니크 씨는 13개의 우물로 7만 명이 넘는 난민이 생활한다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이라고 했다.
도미니크 씨는 “여기서 끌어올려진 지하수는 대형 물탱크에 저장됐다가 파이프라인을 통해 난민촌 내 1천100여 개 장소로 보내진다”며 “1인당 하루평균 20L의 물이 공급되는데 이를 받아 마시고, 몸을 씻고, 빨래를 해야 하지만 2개의 펌프가 고장났다”며 안타까워했다.
이어 “물 공급 시스템이 대부분 낡은 데다 고장난 펌프는 방치되고 있다”며 “매달 1천500명 정도의 난민들이 늘고 있기 때문에 물 사정은 더욱 안 좋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유엔은 팀앤팀에 3개의 새로운 우물과 망가진 펌프 2개의 수리를 요청했다.
   
 

 

# “우리가 받은 것은 생명이다.”
일행은 카쿠마를 둘러본 뒤 난민촌 외곽으로 향했다. 토착민 마을인 ‘호스팅 커뮤니티’는 난민으로 인정받지 못한 사람들 수만 명이 생활하고 있는 지역이다. 참혹했다. 한 아이는 바닥을 드러낸 강가에서 구멍을 냈다. 그리고는 그곳에서 나오는 흙탕물을 노란통에 다시 옮겨 담았다. 두려움과 슬픔에 찬 어린 눈망울이었다. “이 모습이 이곳의 열악한 환경을 말해줍니다. 참혹한 현장 아닙니까?” 이 모습을 일행과 함께 지켜보던 부족민은 말했다. 그는 물이 절대적으로 모자란 상황에서 난민들이 계속 몰려와 상황은 악순환의 연속이라고 했다. 또 국제사회 관심은 난민들에게 쏠려 있으며, 우리는 돕지 않아 이곳의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황폐해지고 있다고도 토로했다.
참혹한 현장을 생생히 목격한 뒤 팀앤팀은 카쿠마 난민촌 펌프 2개를 수리하고 호스팅 커뮤니티에 5개의 우물을 새로 만들어 줄 계획을 세웠다. 오는 11월 바로 이곳에 인천시민의 사랑이 담긴 우물 한 공이 더 설치된다.
 

   
 
언젠가 팀앤팀에서 수단의 지에이 마을에 우물을 선사했을 때 원로지도자는 “당신들이 우리에게 준 것은 물이었지만 우리가 받은 것은 생명이다”라며 생명을 선물하는 팀앤팀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목마른 아프리카에 팀앤팀은 이렇게 목숨을 걸고 생명을 선물하고 있었다.

한편, 팀앤팀(www.teamandteam.org)은 1999년 설치돼 지구촌 재난과 분쟁지역에서 죽어가는 생명을 살리기 위해 수자원 개발사업을 기초로 한 지역 내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는 국제 구호개발 NGO이다. 현재 아시아·아프리카 15개국에서 약 50명의 대원들이 지구촌 곳곳에서 조건 없는 사랑을 전하고 있다.

후원 문의:☎02-3472-2225
자료 제공=경인방송iTV FM 보도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