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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에서의 한달'
10-09-30

 

인도네시아에서의 한 달

글 / 박가영 인도네시아 단기봉사대원

     개발(Development)이란 무엇일까? 무엇을 위해서 많은 국제 NGO나 단체들이 개발도상국에서 프로젝트를 하는 것일까? 국제개발학을 전공하는 학생으로써 이런 의문이 생겼다. 과연 내가 하고 있는 학문이 개발도상국에서 빈곤과 굶주림에 허덕이고 있는 사람들에게 실제로 도움이 되는 것일까? 아니면 그들의 실제적인 삶의 변화에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 고상한 이론들을 배우면서 내 스스로 만족을 하고 있는 건 아닐까? 그런 고민에 빠져있다가 우연한 기회에 Team and Team을 알게 되었고, 이런 고민을 하는 나에게 Team and Team Indonesia의 신정은 지부장님께서 현장을 볼 수 있는 기회를 주셨다.

     사실 나는 아프리카 나미비아라는 곳에서 6개월 가량 자원봉사를 한 경험이 있다. 국제개발학을 전공하게 된 계기도 그때의 경험 때문이었다. 전문가가 되어서 이 사람들에게 정말 필요한 무언가를 도울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막연한 생각에서 시작하게 된 공부이다. 그런데 1년이라는 학교 생활을 하고 나서 그러한 초심보다는 졸업 후의 진로나 내 자신의 성공을 위해서 앞만 보고 달려 왔었다. 그런데, 인도네시아에서의 한 달간 경험은 무엇보다 그 때의 초심을 다시금 새길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 뿐만 아니라, 내가 학교에서 배웠던 이론과 지식만 가지고는 부족하다는 것을 직접 내 몸으로 느끼고, 내 눈으로 보면서 배울 수 있는 소중한 경험이었다.

 

               팀앤팀 수혜자중 한 분의 집이다. 이곳을 임시 거처라고 생각하지 않고, 평생 살 곳이라고 생각을

               하셔서 자신의 돈을 더 투자해서 직접 페인트 칠도 하시고, 새장으로 집을 장식도 하셨다.

 

     내가 인도네시아 빠당 사업지역에서 했던 일은 보건분야를 담당하는 현지 스텝을 도와서 함께 현장에서 설문조사도 하고 자료도 모으는 것이었다. 수업시간에 배운 내용 중 설문조사를 할 때는 커뮤니티가 중심이 되는 그리고 목적이 뚜렷한 설문조사가 되어야 된다고 배웠다. 그러나, 실제로 내가 해보니깐 말로는 쉽지만 어려운 점이 많았다. 우선, 나도 모르게 가지고 있는 이 사람들에 대한 편견이 쉽사리 깨지지 않았다. 한가지 예를 들자면, 이 사람들의 위생 상태에 대한 설문조사를 하려고 할 때, 난 가난한 지역 사람들이 위생에 대한 개념이 없다는 가정하에 이들에게 위생 및 보건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다는 전제를 깔고 설문지를 만들었다. 그걸 보신 신정은 지부장님께서 나 스스로 이 설문지에 대답을 해 보라고 했다. 그리고는 사무실을 현장이라고 생각하고 관찰해 보고 스텝들을 인터뷰 해 보라고 하셨다. 그 말씀을 듣고 너무나 얼굴이 화끈거렸다. 왜 이 지역 사람들을 교육이 필요한 대상으로만 생각했을까? 어쩌면 문화나 환경이 다른 것뿐일 텐데…… 그래서 지부장님의 지시대로 사무실을 관찰해 보았는데, 위생 및 청소 상태가 엉망이었다. 이렇듯 나도 제대로 못하는 것을 지역 주민들에게는 교육을 못 받았으니 위생 및 보건 상태가 좋지 않은 것이라고 단정 지을 수 있었을까? 이런 경험을 통해서 후에 내가 프로젝트를 디자인 할 기회가 주어진다면 내 관점으로 수혜자를 보지 말고, 그들의 관점으로 봐야 한다는 것을 배웠다.

 

                수혜자 집으로 빗물을 저장할 수 있는 물탱크를 옮기고 있는 중이다. 물탱크를 받고

                수혜자 분들께서 좋아하셨다.

 

     이런 편협한 관점을 가지고 있는 것은 나뿐만이 아니었다. 수혜자에 대해 가지는 편견과 그들의 입장과 문화를 이해하기 보다는 자신들의 편함을 중시하여 프로젝트를 하는 많은 NGO 단체들을 현장에서 직접 내 눈으로 보았다. 전에는 모든 NGO들이 현장 및 지역 주민들 중심으로 일을 하는 줄 알았다. 그러나 한 달간 현장을 보고 나서 큰 실망을 하였다. 많은 국제 NGO들이 단기적인 성과를 위하여 지역 주민들의 입장은 고려하지 않고, 제대로 모니터링도 하지 않은 채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었다. 꼭 기업들이 경쟁을 하듯 NGO들도 서로 자신들의 이익창출을 위하여 경쟁을 하는 듯 보이기도 했다. 그들의 보여주기 위한 프로젝트 때문에, 지역 주민들이 겪는 힘든 시간들이 느껴졌다. 내가 책에서 배웠던 현장 중심의 프로젝트와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그러나 이런 NGO만 비판할 수도 없을 것 같다. 효율적으로 일하지 않는 NGO에게 서포터를 해주는 에이전시 역시 문제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아무런 모니터링 없이 NGO가 제출한 사업 신청서와 리포트만 보고 그 사업의 성공 여부를 판단하기 때문에 이런 비효율적인 NGO들이 많은 돈을 써가면서 지속 가능하지도 않은 단기간 프로젝트를 계속 할 수 있는 게 아닐까? 또한 수혜자들의 마음가짐 역시 프로젝트 수행에 많은 영향을 미치는 것 같았다. Team and Team Indonesia 프로젝트만 보아도, 수혜자 스스로 일어나기 위하여 노력하는 곳은 프로젝트가 그만큼 효율적이고 빠른 시간 내에 끝이 나는 반면에, 의존하기만 하는 수혜자들에게는 비효율적으로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했다. Team and Team Indonesia 역시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하여 고민하고,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하면서 주민들의 협력을 도모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Team and Team 수혜자이신 아빠를 돕고 있는 꼬마아이. 이 아이의 눈을 통해 바라보는 세상은

                어른들이 보는 세상과는 다르지 않을까?

 

     이처럼, 현장에서 실제 수행되고 있는 프로젝트 과정에서 내가 책이나 강의 시간에는 접하지 못했던 많은 문제점들이 발생하고 있었다. 이런 문제점들은 이론만으로는 해결 할 수 없는 부분이었다. 그들의 뿌리깊은 세계관을 알아야 하고, 그 세계관이 변해야만 발전을 할 수 있는 것이었다. 단순히 집을 지어주고, 우물을 파주면 그 사람들의 삶이 조금은 향상 되겠지만, 거기에는 한계가 있다. 무엇보다, 그들 스스로가 자신들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문제점을 해결 하기 위하여 자신들 스스로 노력하지 않는다면 발전할 수 없다. 개발도상국을 원조하는 많은 국제 단체들이 개발에 관한 이론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기본적으로는 이러한 마인드를 가져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또한 Team and Team Indonesia에 한 달 동안 지내면서 느낀 것은 현장에서 사업을 수행하려면 전문가적인 마인드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단지 가난에 허덕이는 사람들을 도와주고 싶다는 마음만으로 이런 일을 한다는 것은 자기 만족을 위한 이기적인 생각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사람들에게는 실질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전문가가 필요한 것 같다. 나 또한 한 달간의 현장 경험을 통해서 방학이 끝나고 학교에 돌아가면 어떤 분야를 더욱 집중적으로 공부해야 할 지 구체적인 계획이 생겼다.

     한 달 이라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Team and Team Indonesia에서의 경험은 나에게 넓은 안목을 가질 수 있게 해 주었고, 어떠한 마음으로 나의 전공인 국제개발협력을 공부해야 하는지 일깨워 주었으며, 무엇보다 내 초심을 다시금 새길 수 있게 되어서 값진 시간이었다. 비록 말은 통하지 않았지만, 현장에서 만났던 마을 모든 분들의 따뜻한 미소를 잊지 못할 것이다. 그 분들을 통해서 많은 것을 누리면서도 늘 부족해 하던 내 지난 시간들을 반성할 수 시간이 되었다. 또한 이 경험을 발판 삼아 실제 현장에서 이론을 알맞게 적용 할 수 있도록 고민해 볼 것이다. 마지막으로 나에게 이런 소중한 경험을 하게 해 준 Team and Team에 감사 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