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앤팀

  • Home
  • 이야기
  • 팀앤팀 소식
수단 "구호단체 떠나라" 무모한 보복
09-03-11


수단 "구호단체 떠나라"  무모한 보복



국제형사재판소 알바시르 대통령 영장 발부에 반발

 
» 4일 수단 하르툼의 공군사관학교 졸업식에 참석한 오마르 알바시르 대통령(가운데 오른쪽)이 차량에 탄 채 군중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하르툼/AP 연합
 
국경없는 의사회 등 10곳

 

국제형사재판소(ICC)가 오마르 알바시르 수단 대통령에 대해 체포영장을 발부하자 수단 정부가 자국민을 인질로 삼은 ‘무모한 보복’에 나섰다.

수단 정부의 인도주의지원위원회(HAC)는 4일 국제 구호단체 10곳에 법적 인가가 취소됐다며 즉각 수단을 떠날 것을 명령했다고 <에이피>(AP) 통신이 보도했다. 알리 오스만 모함메드 타하 부통령은 “한 나라의 안보와 안정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정치적 의도를 인도적 지원이란 이름으로 가장한 단체들은, 국가와 국가 이익의 보호를 위해 어떤 경우에라도 법적 처분을 받아야 된다”고 밝혔다.

추방 명령을 받은 단체는 옥스팜, 케어(CARE), 세이브더칠드런(Save the Children), 국경없는 의사회 네덜란드 지부, 노르웨이난민위원회(NRC), 국제구조협회(IRC) 등 10곳이다. 다르푸르를 포함한 수단 영내에서 활동중인 단체는 76곳에 이르지만, 추방명령을 받은 단체들이 주요 구호활동의 대부분을 맡고 있어 주민들이 입을 타격은 막대할 전망이다.

국경없는 의사회 네덜란드 지부는 즉각 성명을 내, “정치적, 사법적 절차 때문에 독립적 기관인 우리를 탓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수십만명의 환자들이 필수적인 치료를 받지 못한 채 남겨진다”라며 수단 정부를 비난했다.

수단 정부의 추방 명령은 같은 날 앞서 국제형사재판소가 알바시르의 영장을 발부한 데 따른 보복성 조처로 풀이된다. 재판소는 알바시르가 수단 다르푸르 지역에서 많은 민간인을 의도적으로 공격한 책임이 있는 범죄 용의자로, 살해, 강간, 고문, 강제 집단이주, 재산 약탈 등 전쟁범죄와 반인도주의적 범죄 혐의를 인정해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그러나 국제형사재판소의 체포영장은 해당국 정부에 용의자 신병 인도를 요구하는 외교적 압박 외에 별다른 효력이 없다.


이슬람회의기구(OIC)가 “현재 진행중인 협상에 부정적인 영향이 우려되며 지역 안정을 해칠 수 있다”며 국제형사재판소의 결정을 비난하는 등 주변 아랍권도 비협조적인 까닭에 알바시르 대통령이 즉각 체포되기를 기대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김외현 기자 oscar@hani.co.kr